혹시 당신의 머릿속에도 ‘마음만 먹으면 진짜 잘할 수 있는데…’라는, 꽤나 익숙한 변명이 맴돌고 있나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누구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주도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당신.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재치 있고 긍정적인 사람’,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당신의 머릿속은 흥미로운 계획과 원대한 포부로 가득 차 있죠. ‘이번 주말엔 꼭 책상 정리를 끝내고, 밀린 책을 읽어야지’, ‘다음 달부터는 반드시 아침 운동을 시작할 거야’, ‘이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면 대박일 텐데!’
하지만 이상하게도,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갑자기 스마트폰 속 세상이 더 궁금해지고, 알람 소리에 맞춰 운동복을 입으려 하면 이불 속의 안락함이 더 간절해집니다. 뜨겁게 타오르던 열정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합리적인(?) 생각과 함께 서서히 식어버리죠.
결국, 또다시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켜는 자신을 발견하며 옅은 자책감에 휩싸입니다. ‘난 왜 이렇게 의지박약일까? 머릿속에선 이미 세상을 구했는데, 몸은 왜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는 걸까?’ 사람들은 이런 당신을 보고 ‘잠재력은 있는데 게을러서 아쉬운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당신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제 일기장에도 게임을 깔고 또 지우고를 반복한다거나, 다이어트 중에 과자를 사서 마구 입에 털어 넣으면서 실시간으로 후회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살다가도 주기적으로 이렇게 망가지고 싶은 본능 같기도 합니다.
이것은 게으름이나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 안에 잠재된 두 가지 강력한 엔진, ‘즐거움을 좇는 엔진’과 ‘평온함을 지키는 엔진’이 서로 절묘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제 그만 자책의 늪에서 빠져나와, 당신이라는 사람의 진짜 사용 설명서를 함께 펼쳐볼까요?
‘단점’이라는 오해: 당신이 진짜 움직이는 원리
당신이 어떤 일을 시작하고, 또 멈추는 데에는 분명한 원리가 있습니다. 바로 ‘재미’와 ‘효율’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입니다.
첫째, 당신의 시동은 ‘즐거움’이라는 연료로만 켜집니다.
회의 시간,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엉뚱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아이디어를 툭 던져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사람. 바로 당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의 뇌는 새롭고, 신나고, 흥미로운 자극에 폭발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배울 때도 딱딱한 이론서보다는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이나 사람들과 토론하는 스터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죠.
문제는 이 ‘즐거움’이라는 연료가 매우 휘발성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프로젝트의 초반, 아이디어를 내고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는 정말 즐겁습니다. 하지만 디테일을 채우고, 지루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단계가 오면 ‘즐거움 게이지’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당신에게 “이걸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은 “이게 재미있나?”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엔진은 자연스레 꺼져버립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에너지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된 것입니다.
둘째, 당신은 본능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려 합니다.
당신 안에 있는 또 다른 강력한 힘은 바로 ‘평온함’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경향입니다. 당신은 굳이 갈등을 일으키거나, 복잡하고 피곤한 상황에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장 적은 에너지를 써서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얻는 ‘최적의 경로’를 본능적으로 찾아내죠.
그래서 친구와 맛집을 고를 때도 “난 아무거나 다 좋아, 네가 먹고 싶은 걸로 정해”라고 말하는 쪽을 택합니다. 메뉴를 고르는 데 드는 정신적 에너지를 아끼고, 혹시라도 내 선택이 별로일 경우 발생할 미묘한 갈등의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특성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즐거움 엔진’이 “와! 저거 진짜 재밌겠다! 당장 시작하자!”라고 외치며 시동을 겁니다. 그러면 ‘에너지 효율 엔진’이 조용히 속삭입니다. “잠깐만, 저거 하려면 꽤 피곤할 텐데?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평화롭고 좋잖아. 굳이…?”
제 일기에도 정확히 이런 순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 놓고 공부, 독서, 글쓰기를 할 수 있는데, 할 마음이 별로 안 생긴다. 읽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공부할 강한 의지도 별로 없고, 뭘 쓸까하고 매일 그거 찾다가 끝난다.”
당신은 ‘가장 즐거우면서도 가장 에너지가 덜 드는 일’을 선택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교집합에 있는 것은 ‘일단 미루고 소파에 눕기’가 되는 것이죠. 이것은 결코 당신이 ‘게으른 천재’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효율주의자’에 가깝습니다.
약점 관리법: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놀이’로 바꾸는 4가지 스위치
이제 당신의 작동 원리를 이해했다면, 억지로 의지력을 쥐어짜며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당신의 시스템에 맞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놀이’로 바꿔주는 스위치를 켜면 됩니다.
1. ‘퀘스트 클리어’ 스위치: 일을 잘게 쪼개 게임으로 만드세요.
‘보고서 작성’이라는 거대한 목표는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힙니다. 재미도 없고, 에너지 소모도 커 보이죠. 이럴 땐 RPG 게임의 퀘스트처럼 일을 잘게 쪼개는 겁니다.
- (퀘스트 1) 자료조사 링크 5개 찾기 (보상: 시원한 커피 한 잔)
↓ - (퀘스트 2) 보고서 목차 짜기 (보상: 유튜브 영상 10분 보기)
↓ - (퀘스트 3) 서론 첫 문단 완성하기 (보상: 좋아하는 음악 한 곡 듣기)
이렇게 작은 단위로 쪼개고, 완료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주세요. ‘퀘스트를 깬다’는 게임적 요소는 당신의 ‘즐거움 엔진’을 자극하고, 작은 성공의 경험은 계속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줍니다.
뽀모도로 타이머(25분 집중, 5분 휴식)를 활용하는 것도 이 스위치를 켜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2. ‘함께하기’ 스위치: 혼자 애쓰지 말고 사람들을 끌어들이세요.
당신은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훨씬 더 큰 에너지를 얻는 사람입니다.
이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지루한 운동을 해야 한다면 친구와 함께 헬스장에 등록하세요.
“오늘 운동 빼면 안 돼!”라고 서로를 감시(?)해주는 존재만으로도 운동은 훨씬 즐거운 이벤트가 됩니다.
업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동료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가볍게 수다를 떨거나, 온라인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만드세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약간의 압박감과 ‘함께하고 있다’는 소속감이 당신의 실행력을 놀랍도록 높여줄 것입니다.
3. ‘분위기 설정’ 스위치: 시작을 위한 ‘쾌적한 의식’을 만드세요.
당신의 ‘에너지 효율 엔진’은 시작의 장벽, 즉 마찰력을 줄여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질러진 책상, 불편한 의자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빼앗아 가죠.
그러니 일을 시작하기 전, 당신만의 ‘쾌적한 의식(Ritual)’을 만들어보세요.
좋아하는 향의 커피를 내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플레이리스트를 켜고, 딱 5분만 책상을 정리하는 겁니다. 제 일기장을 보면 “나는 아침에 카페에 가서 공부하고 글쓰고 하는 것이 나의 마사지 같은 것” 이라거나, “요즘 매일 출근하고 있는 맥도날드는 하루에 2 시간 정도 집중해서 일을 하는데 아주 좋다” 는 기록이 많습니다.
이처럼 시작하는 환경을 최대한 즐겁고 안락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효율 엔진’은 “음, 이 정도면 시작해볼 만하겠군”이라며 협조적으로 변합니다.
일 자체가 아니라, 일을 시작하는 ‘과정’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4. ‘미래 상상’ 스위치: 지루한 과정 대신 짜릿한 결과를 떠올리세요.
지루한 과정을 견뎌야 할 때, 당신의 뇌는 쉽게 방전됩니다.
이럴 땐 의식적으로 시선을 ‘결과’로 돌려야 합니다.
만약 PT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지겹다면, 이 보고서로 멋지게 발표를 마친 뒤 팀원들의 박수를 받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자격증 공부가 힘들다면, 합격 후에 원하는 곳으로 이직하여 즐겁게 일하는 미래의 당신을 그려보는 겁니다. 이 짜릿한 ‘결과’의 이미지는 고갈된 ‘즐거움 연료’를 다시 채워주는 가장 강력한 부스터가 될 것입니다.
강점 활용법: 당신의 ‘단점’은 사실 강력한 무기입니다
당신이 그동안 ‘단점’이라고 여겨왔던 것들 속에는, 사실 남들은 갖기 힘든 강력한 무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제 그 무기를 꺼내어 당신의 일상과 커리어에 활용할 시간입니다.
‘미루는 습관’ → ‘최고 효율의 레이더’
당신은 중요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래서 미루는 일들을 잘 살펴보면, 사실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거나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 일’일 때가 많습니다. 당신의 이 ‘효율 레이더’를 팀 프로젝트에 활용해보세요. 불필요한 회의 절차를 줄이거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당신은 팀의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인재가 될 것입니다.
‘쉽게 질리는 성격’ → ‘트렌드를 읽는 아이디어 뱅크’
당신이 한 가지에 쉽게 질린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의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레이더에는 항상 최신 트렌드, 신기술, 흥미로운 이슈들이 포착됩니다. 이 능력은 변화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엄청난 강점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획 회의나 브레인스토밍 자리에서 당신의 ‘아이디어 뱅크’를 활짝 열어보세요. 당신의 신선한 관점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갈등 회피 성향’ → ‘분위기를 만드는 평화 유지자’
당신은 사람들이 날을 세우고 대립하는 불편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중간에서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거나, 서로의 입장을 중재하며 팀의 화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리더는 당신처럼 긍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합니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팀의 갈등 비용을 줄이고,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드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이제 ‘게으른 천재’의 껍질을 깨고 나오세요
오늘 우리는 당신이라는 사람의 진짜 사용 설명서를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당신은 결코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은 ‘즐거움’으로 시동을 걸고, ‘효율성’과 ‘평온함’을 추구하는, 매우 합리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가진 ‘즐거운 실천가’의 잠재력을 품은 사람입니다.
더 이상 ‘마음만 먹으면…’이라는 말 뒤에 숨지 마세요. 그 완벽한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에 ‘즐거움’이라는 양념을 살짝, ‘편안함’이라는 온도를 살짝 더해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당신의 인생은 억지로 해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즐겁게 플레이하는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고유한 기질을 사랑하고, 그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나가기를, 이 자리에서 가장 뜨겁게 응원하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멋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