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도 이런 순간이 있지 않으신가요?
어젯밤까지만 해도 머릿속에는 세상을 바꿀 만한 멋진 아이디어가 가득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상쾌하게 운동하고, 미뤄뒀던 그 보고서를 끝내버리겠어! 그리고 책상 정리도 싹 해야지.’ 스스로의 계획에 감탄하며 잠자리에 들었죠.

하지만 아침이 되자, 침대는 블랙홀처럼 나를 끌어당깁니다.
‘5분만 더…’로 시작된 아침은 어느새 ‘에이, 점심 먹고 하지 뭐’로 바뀝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식곤증이 몰려오고, 소파는 또 어찌나 포근한지. “잠깐만 누워서 유튜브로 영감 좀 얻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2시간짜리 웹서핑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해는 지고, 또다시 ‘내일의 나’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며 자책감과 함께 잠이 듭니다.
제 일기장에도 최신 게임을 매일 7-8 시간을 하다가 죄책감에 깔고 또 지우고를 반복 한다거나, 꾸준히 식단을 하다간 한 순간에 과자를 마구 입에 털어 넣으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고백이 있습니다. 열심히 살다가도 주기적으로 이렇게 망가지고 싶은 본능 같기도 합니다.
만약 이 이야기에 “어?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라며 무릎을 탁 치셨다면, 오늘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게으르거나 의지박약이라서가 아닙니다. 당신 안에는 세상을 즐겁게 탐험하고 싶은 ‘열정적인 탐험가’와,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고 싶은 ‘평화로운 안식가’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두 마음이 옥신각신하느라 꺼져버린 당신의 ‘시작 버튼’을, 단 5분 만에 다시 켜는 가장 쉽고 현실적인 심리 트릭 3가지를 알려드릴게요.
나는 왜 시작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울까? (feat. 내 안의 두 마음)
우리는 종종 미루는 자신을 보며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라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이건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 안의 두 가지 강력한 욕구가 충돌하며 일어나는 ‘교통체증’에 가깝습니다.
첫 번째 마음은 ‘재미 추구 엔진’입니다.
이 마음은 늘 새롭고, 신나고, 흥미로운 것을 찾아다닙니다. 지루한 건 딱 질색이죠. 그래서 거창한 계획을 세울 때는 세상 누구보다 신이 납니다. 멋진 결과물을 상상하며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죠. “이 프로젝트를 끝내면 정말 멋질 거야!”, “이걸 배우면 내 인생이 달라지겠지?”라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두 번째 마음은 ‘에너지 절약 모드’입니다.
이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편안함’과 ‘안정’이라고 믿습니다. 갈등, 스트레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극도로 싫어하죠. 그래서 막상 계획을 ‘실행’하려고 하면, 이 마음이 강력한 브레이크를 겁니다. “잠깐만, 그거 시작하면 머리 아플 텐데?”, “굳이 지금 안 해도 되잖아?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을 거야.”, “실패하면 어떡해? 그냥 지금 이 평화를 즐기는 게 낫지 않아?”라고 속삭이죠.
이 두 마음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재미 추구 엔진’은 “아주 새롭고 창의적인 컨셉으로 모두를 놀라게 해주겠어!”라며 신나게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하지만 막상 파워포인트를 켜고 빈 화면을 마주하는 순간, ‘에너지 절약 모드’가 끼어듭니다. “자료 조사는 언제 다 하고, 디자인은 또 어떻게 해?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일단 관련 영상이나 보면서 아이디어나 더 얻어볼까?” 결국 당신은 ‘리서치’라는 명목 하에 몇 시간 동안 유튜브의 바다를 헤매게 됩니다.
제 일기에도 정확히 이런 순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 놓고 공부, 독서, 글쓰기를 할 수 있는데, 할 마음이 별로 안 생긴다.
읽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공부할 강한 의지도 별로 없고, 뭘 쓸까하고 매일 그거 찾다가 끝난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미루는 이유입니다.
‘재미’라는 높은 이상과 ‘편안함’이라는 강력한 현실 사이에서, 당신의 뇌는 가장 쉬운 길, 즉 ‘현상 유지(일단 눕기)’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절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뇌를 살살 달래는 ‘시작 버튼’ 켜기 : 3가지 심리 트릭
그렇다면 이 지긋지긋한 미루기 습관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요?
의지로 이겨내려고 하면 ‘에너지 절약 모드’의 반발만 더 심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극복’이 아니라, 두 마음을 모두 만족시키며 ‘슬쩍 시작’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뇌를 속이는 가장 효과적인 3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딱 5분만, 재미로 해볼까?’ – 5분 맛보기 전략
‘에너지 절약 모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거대한 일의 시작’입니다.
‘보고서 작성’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방어 모드에 돌입하죠. 이럴 땐 과제의 이름을 바꿔 불러주는 겁니다.
- ‘보고서 작성하기’ (X) → ‘제일 관심이 생기는 보고서 제목 지어보기 (5분만)’ (O)
- ‘방 청소하기’ (X) → ‘내 방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물건 3개만 버리기 (5분만)’ (O)
- ‘운동하기’ (X) → ‘가장 신나는 노래 한 곡 틀고 막춤 추기 ‘ (O)
핵심은 ‘일’이 아니라 ‘놀이’처럼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5분’이라는 절대적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시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5분은 당신의 ‘에너지 절약 모드’도 “그 정도는 뭐… 괜찮겠지”라며 허락해 줄 만한 시간입니다. 일단 5분을 시작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관성의 법칙 덕분에 우리는 하던 일을 계속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5분만 하려던 것이 15분이 되고, 30분이 되는 기적을 맛보게 될 겁니다.
2. ‘이왕 하는 거, 기분 좋게!’ – 즐거운 의식 페어링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짝을 지어주세요.
‘재미 추구 엔진’과 ‘에너지 절약 모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저도 이 방법을 정말 애용합니다.
제 일기장을 보면 “나는 아침에 맥도날드에 가서 공부하고 글쓰고 하는 것이 나의 마사지 같은 것” 이라거나, “요즘 매일 출근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하루에 2 시간 정도 집중해서 일을 하는데 아주 좋다” 는 기록이 많습니다. 저에게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라는 즐거운 의식이 ‘공부와 글쓰기’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일의 시작 버튼을 눌러주는 셈이죠.
- 지루한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제일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시켜놓고 시작해보세요.
-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면, 평소 아껴뒀던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해보세요.
- 이메일에 답장을 해야 한다면, 푹신한 소파에 앉아 향초를 켜고, 부드러운 담요를 덮은 채로 노트북을 켜보세요.
‘하기 싫은 일’에 ‘기분 좋은 경험’이라는 뇌물을 주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뇌는 그 일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보상’과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하기 싫은 일의 허들을 낮추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죠.
3. ‘코끼리를 한 입 크기로’ – 과제 잘게 쪼개기
‘기획안 완성하기’ 같은 거대한 목표는 당신의 ‘에너지 절약 모드’를 기절시킬 수도 있습니다. 마치 코끼리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키라는 말처럼 들리죠. 코끼리를 먹는 유일한 방법은 잘게 썰어서 한 입씩 먹는 것입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어 보일 정도로 잘게 쪼개보세요.
[목표: 기획안 완성하기]
- ‘기획안’관련 폴더 바탕화면에 만들기
- 워드 파일 열어서 ‘최종 기획안’이라고 제목 쓰기
- 생각나는 키워드 5개만 나열해보기
- 경쟁사 홈페이지 딱 한 곳만 들어가 보기
- 목차 초안 대충 적어보기
어떤가요? 각 단계는 1~5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미션들입니다. 이렇게 잘게 쪼갠 리스트를 하나씩 체크해나갈 때마다 우리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이 성취감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동력이 되어줍니다.
알고 보면 당신의 ‘미루기’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지금까지 미루는 습관을 관리하는 법을 이야기했지만,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당신이 ‘단점’이라고 여겼던 그 특성 안에, 사실은 엄청난 강점이 숨어있다는 사실입니다.
1. ‘산만함’이 아니라 ‘창의적 연결 능력’
당신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생각으로 빠지는 것은, 당신의 뇌가 그만큼 유연하고 다양한 정보를 연결하는 데 능숙하다는 증거입니다. A라는 업무를 하다가 떠오른 B라는 아이디어가, 나중에 C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당신의 ‘딴짓’과 ‘웹서핑’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숙성시키는 ‘창의적 인큐베이팅’ 과정일 수 있습니다. 경직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당신만의 무기입니다.
2. ‘갈등 회피’가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능력’
‘에너지 절약 모드’는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때로는 할 말을 못 하고 속앓이를 할 수도 있지만, 뒤집어보면 당신은 조직이나 관계에서 ‘평화 유지자’의 역할을 합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모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협력할 수 있는지를 압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회의실에 부드러운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풀거나, 각자의 입장을 조율해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점을 찾아내는 능력. 이것은 갈등을 즐기는 사람은 결코 가질 수 없는, 따뜻하고 귀한 재능입니다.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그저 즐겁고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
이제 당신 자신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셨나요?
세상에는 ‘더 빨리, 더 열심히’를 외치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속에서 ‘더 즐겁게, 더 평화롭게’를 추구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당신의 미루는 습관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즐거움과 안정을 모두 지키고 싶어 하는 당신의 건강한 욕구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미루는 자신을 미워하지 마세요. 대신, 내 안의 ‘열정적인 탐험가’와 ‘평화로운 안식가’의 목소리에 모두 귀를 기울여 주세요. 그리고 오늘 알려드린 작은 트릭들을 이용해 두 마음과 즐겁게 협상해보세요.
“자, 우리 딱 5분만 재미있는 척이라도 해볼까?”
이 작은 속삭임 하나가, 당신의 세상을 바꾸는 가장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유쾌함과 따뜻함은 세상에 꼭 필요한 선물이니까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마음껏 사랑하고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