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016년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이며, 개인 블로그로 옮겨 오면서 현 상황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은 약속을 잡지 않아요
남들은 불금이라 하여 한참 흥이 오를 시간에도
번역가에게 금요일 저녁은 가장 바쁜 시간 중에 하나입니다.
주말이 오기 전에 번역 안건을 넘기려는 번역 회사 담당자가 열심히 발주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주말 안건으로 연신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모를 지경입니다.
이럴 때 주의점은
꼭 꼭 첨부 파일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압축 파일은 반드시 한 번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하세요.
시간에 쫓기는 데다가 마음이 들떠 있으면, 압축 파일에 암호를 알려주지 않거나,
필요한 파일을 빠뜨리고 보내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번역가의 장점
번역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 내용을 적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기호가 많이 반영된 내용이니 모든 분들에게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 일이 공부고 공부가 일이다.
직장인이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왠지 이런 공부도 저런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같은 거 느끼는 분들 많지 않은가?!. 한국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은 공부가 일이고 일이 공부이기 때문에 따로 공부에 대한 부담은 없다(잘하고 못하고는 둘째). 안건에 맞춰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책 읽고, 가끔 직접 전문가를 만나서 의견을 물으면서 꾸준히 머릿속에 집어넣고 적응해야 하는데, 이런 거 싫지 않은 사람에게는 딱이다.
2. 정년 없고 퇴직 걱정도 없음
엄밀히 말하면 이미 퇴직한(백수) 상태라서 퇴직 걱정은 없다(눈물이).
그냥 일거리 걱정만 하면 된다. 흠. 흠.
프리랜서가 다 그렇지만, 실력 있고 성실하다면 나이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클라이언트가 지불하는 금액이 같다면,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사람이 더 좋은 거 아닌가. 꼰대만 아니라면.
3. 일한 만큼만 받는다
일을 안 하면 한 푼도 못 받고 많이 하면 많이 받는다.
회사에서처럼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일하고 나중에는 뒤에서 호구 취급받는 일은 없다.
내 이름 걸고 하는 일이니까 훨씬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하는 일은 또 다른 안건과 클라이언트로 이어지므로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4. 사내 인간관계가 없다(살인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싸다구를 날린 후 와이셔츠 포켓에 사직서를 꼽아주고 싶은 상사도 없다.
클라이언트한테 열나게 (대신) 욕먹고 돌아와보니, 깜찍하게 칼퇴하신 후배도 없다.
설명이 필요 없어 길게 말하지 않는다.
5. 집 밖에 안 나가도 된다
문밖에만 나가면 기를 빨려서 집을 사랑하는 집순이, 집돌이들에게는 최상의 조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친구는 줄고, 살은 늘 것이며, 쿠팡 박스만 쌓여가겠지.
회사를 안 다니니 출퇴근으로 인한 체력, 시간, 돈의 로스가 없다.
당연히 만원 전철이나 버스 안 타도 되니, 눈과 비도 아니라 그냥 창밖의 풍경이다.
6. 나는야 노매드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여러분이 대단히 사랑하는 스타벅스에서도 우아하게 일(일하는 척) 할 수도 있다.
노트북과 전원, 와이파이만 있으면 전 세계 모든 곳이 내 사무실이다.
7. 안 기다림(사회적 거리)
위의 5번 집순이와 관련된 내용인데,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물리적인 거리를 두는 소셜 디스턴스보다는
시간적 거리를 두는 소셜 디스턴스 신공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서 움직이므로 은행, 식당, 관공서 등등에서도 오래 기다릴 일이 없다. 기다리지도 않지만, 붐비지 않으므로 일도 빨리 처리된다.
8. 내 컨디션에 맞춰 업무 시간을 정한다
본인 체력이거나, 수면 주기가 남들과 다른 사람들은 잠과 쉼 그리고 집중의 패턴을 자기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다. 회사원일 때, 회식으로 술 먹은 다음 날은 폭풍 졸림으로 허벅지 무지 괴롭혔던 본인이지만, 재택번역가로 가장 좋은 점은 무엇보다 자기 컨디션에 맞춰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을러도 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고, 아침형 인간은 아침에 일하면 되고, 저녁형 인간은 저녁에 일하면 된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복리후생 보다 내 컨디션 및 집중력에 맞춰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
9.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재택번역가인 경우 집에서(사무실이 있다고 해도 비교적 가까운 곳이 많다) 많은 시간을 보낸다. 당연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꼭 가족과 대화가 늘어나가거 사이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루 같은(노룩 아님) 마나님과 토끼 같은 자식들 본 지가 언제더라 하는 일은 없다.
우리가 뭐 특별한 걸 원하는 건 아니잖는가,
가끔씩 가족이 다 함께 한 손에 아이스크림 들고 공원 한 바퀴 걷는 정도.
(너무 많은 걸 바란 건가?!)
10. 종합력이 높아진다
프리랜서로 하는 재택 번역가는 1인 기업에 가깝기 때문에, 영업부터 번역, 납품, 수금, 세금처리까지 본인이 다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합적인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영업력이라던가 협상 능력, 디렉팅 능력, 자기관리 능력, 세금관련 지식 등등은 종합적인 능력이 상당이 높아졌다고 느낀다.
또한, 문제해결 능력과 자발성이라고 해야 하나,
일이 없으면 내가 영업을 해야 하고, 일이 많으며 외주를 할지 내가 할지 선택해야 하고, 문제가 생겨도 직접 해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의존하던 옛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가끔은 지금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조직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당분간 시험해볼 생각은 없다. 낮잠을 잘 수 없잖아.
결론
결론적으로
사회적인 만족감보다는 자기 만족이라는 부분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재택 번역가라는 직업에 매력이 있기는 합니다만,
내게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정화될 때까지는 굉장히 많이 어렵습니다.
굉장히~
또한,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모든 사람에게 만족을 주는 것도 아니니,
다른 사람 말에 좌지우지되지 마시고, 내게 보람을 줄 평생직업인지 고려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철저하게 준비를 하셨으면 합니다.
[참고 서적 링크(일본어에 한정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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