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운 ISFJ의 이야기_손절의 미학

조용히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운 ISFJ의 이야기_손절의 미학

나이가 들수록 인맥이 넓어진다는데, 내겐 그 반대다. ‘착하고 무해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주는 덕분에 누구라도 편하게 다가오지만, 그 편안함이 “아, 이 사람은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안심으로 굳어지는 순간부터 상대의 태도는 빠르게 본색을 드러낸다.
누군가는 끝없는 뒷담화를 늘어놓고, 누군가는 부탁하지도 않은 내 인생 코칭을 시작한다. 권위나 직책을 앞세워 “내가 이렇게 해주는 건 흔치 않아”라며 은근히 뭔가 요구하는 가스라이팅도 자주 만난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어제 한 말과 오늘 하는 말이 전혀 다른데도 늘 자기만 옳다는 태도다.

“나는 옳다”가 아니라 “나만 옳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요즘은 오히려 고맙다.
각이 바로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1. 내적 손절의 기준은 단순하다 ― ‘배려가 있는가’

인간관계를 오래 끌고 가느냐, 초반에 접느냐를 가르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있는지 없는지이다.

그 한 줄이 갈라놓은 세계에서, 배려 없는 이는 어느새

  • 책임감 없이 일 떠넘기고,
  • 무례한 언행으로 선을 넘고,
  • 부정적인 감정을 무한정 쏟아낸다.

물론 직장 상사나 클라이언트를 이런 이유로 바로 끊어낼 순 없다.
우리는 책임감 있고 교양 있는 사회인이니까.

“혹시 내가 오해한 걸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장점이 있을까?” 같은 가능성을 체크하며, 조직 분위기와 주변 사람들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공개 손절 대신 ‘내적 손절’ 을 택한다.


2. 왜 조용히 멀어지는가

이미 손절을 결심한 상대와 한바탕 부딪히는 건 내게 일종의 ‘다시 친해지기 위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그 의식을 치뤘는데 그대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것 자체가 어색해진다. 차라리 서서히 대화 빈도를 줄이고 물리적 거리를 두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건 내 마음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법이다.


3. ‘인간관계 지상주의’에서 깨어나기까지

10대, 20대, 심지어 30대 초반까지는 ‘관계는 다 자산’이라는 말을 믿었다.
특히 나의 관계 지상주의는 “친구””선배””인맥”라는 말로 무례함이 퉁 쳐지는 한국 사회에서, 신앙이라는 덮개까지 있어(믿는 사람이니까 내가 참아야지, 이해해야지, 용서해야지)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고, 그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어떻게든 잘 지내야 한다”는 가르침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돌고 돌아 재회하는 인연은 생각보다 적었다. 설령 다시 만난다 해도 진상은 여전히 진상이고 평생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재회를 해도 별볼일 없는 경우가 많더라.

그제야 깨달았다.
좋은 사람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과만 지내기에도 인생은 짧다는 사실을.

그렇게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빼앗는 관계를 가지치기한 뒤,
내 마음과 정신이 훨씬 더 건강하고 건전해졌다.


4. 상담 현장에서 배운 교훈

살다보니 우연치 않게 상담을 업으로 하게 되었다.
상담의 좋은 점은, 다른 이의 삶을 통해서 내 문제를 타인의 눈으로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썩은 관계’를 못 알아보고 나쁜 놈들과 함께 삶과 마음이 곪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악의를 가진 상대에게 시간을 허비하면, 결국 자신도 함께 상처투성이가 되어간다.

그래서 나는 내담자에게도, 그리고 내게도 말한다.

“선생님이 회복이 더딘 타입이라면,
남이 실망할지 걱정하기 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기술을 먼저 배우는 게 순서예요.”

손절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다. 그냥 살아남기 위한 생활기술이다.
모든 인간관계를 좋게 가져가려는 바람은, 산을 옮기고 바다를 들이키겠다는 선언만큼이나 무모할지 모른다.

함부로 무모하지 마라. 소중한 인생이다.


5.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그게 나다.
그리고 요즘은 오히려 자신있게 친절할 수 있다.
왜냐면 나는 나이스하면서도 단단한 손절의 기술을 익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선을 넘는 순간,
“이런 관계가 앞으로도 내 삶에 도움이 될까?”를 자문하고, 답이 “아니”라면 큰 아쉬움이나 미안함 없이 자리를 뜬다.

그런 적절한 필터링을 통해 바뀐 내 삶을 보며 재확인했다.

조용히 거리를 두는 일은 차가움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을 지키는 따뜻한 울타리일 뿐 이라는 사실을.

오늘도 ‘무해한 친절’ 뒤에서 내 마음의 경계선을 가다듬으며, 건강한 관계를 향해 한 걸음 물러선다.
내일 더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이 웃기 위해.


아래는 도움이 된 책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문요한 작가님 강추합니다.
요즘 인간관계에 관한 좋은 책들 많으니, 관심을 가지고 읽다보면 관계가 편안해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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