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6년에 작성되어 약간의 수정을 거쳤습니다.
현 시점의 번역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뭐랄까… 번역가라는 직업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마치 ‘잽’ 밖에 쓸 수 없는 복싱 경기 같다.
한 방의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합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무조건 ‘잽’만 날리는 지루한 싸움이 지속된다.
이 부분은 단점이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번역가라는 직업의 단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번역가의 장점에 대한 글은 여기를 클릭)
1. 불안정하다
가끔 “번역가가 되고 싶다” AND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싶다”는 분들을 만난다.
물론 번역가에도 여러 급이 존재하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레벨에서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번역가 이전에, 프리랜스라는 형태 자체가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프리랜서라는 것이 안정적이 고용 상태를 포기하고 실력과 실적에 기반한 수익을 얻겠다고 선언한 것이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도전과 모험은 양념과 같아!」 정도의 마인드를 가진 분들께만 추천한다.
2. 소속감이 없다
우리는 쭉 어딘가에 소속되어 살아왔다.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초등, 중, 고등, 대학교, 군대, 회사까지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두려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 자신도 프리랜서 라이프를 동경해 오긴 했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둔 다음날 아침 ‘오늘부터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보다는, ‘내가 아무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구나..’라는 공허감? 상실감?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부들부들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다행히도 잊거나 익숙해진다…
3. 아사 <-> 과로사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번역가의 캐퍼시티라는 것이 간장 종지 같아서
조금만 많이 부으면 넘치고 조금 적게 부으면 말라 버린다.
항상 적정량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번역 업무 자체보다 영업이나 이런 작업량 조절이 훨씬 어렵다. 고객사에 일을 튕겼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무리해서 일을 받아서 ‘이래서 사람들이 과로사하는구나’하는 체험도 하고, 그렇게 허우적거리다가 1~2주 정도 일이 없으면~ 지난 번 납품이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안들었나, 생활비는 괜찮은가 하며 며칠을 고민하면서 마음에도 없는 구인 광고를 끼적거린다.
그래도 ‘아사’보다는 ‘과로사’가 좀 있어 보일런가?!
4. 남들의 눈
뉴스를 보면, 드론이 날아다니고 무인 자동차가 도로를 누비는 시대라지만
막상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은 의외로 그. 냥. 산. 다… 프리랜스가 어쩌고 노매드 라이프가 저쩌고 해도 주변 사람은 그냥 백수 혹은 비정규직으로 본다.
독립 후,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을 얻어 작업을 했는데, 이웃집 할머니가 그 옆을 지나가실 때마다 “젊은 사람이 노는 것도 좋지만 일을 해야지”라고 말하셨다. “네 할머니, 저 일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젊은 사람이 거짓말은! 내가 출근하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라고 핀잔을 주시며 가끔 불러서 밭일도 시키고 물건도 나르게 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감자나 생선을 주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할머니와 같은 눈으로 나를 본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5. 사실은 자유도가 낮다
프리랜서하면 노트북 하나 들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작업하는 이미지를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여러 프리랜서 중에서 번역 프리랜서는 은근 자유도가 높지 않다. (번역 분야에 따라 좀 다르다)
입장을 바꿔 놓고 내가 번역 회사 담당자라고 해도
따박따박 연락 잘 받고, 안건 거절 안 하고, 품질 좋고, 납기 잘 지키는 번역가가 귀여울 것이기 때문에, 나의 자유는 담당자의 부자유가 되는 구조이다.
그렇게 주머니 속 스마트폰은 개 목줄처럼 걸리적 거리기도 하지만, 파도가 춤을 추는 바다에 빠지면 그 목줄이 유일한 생명줄이다. 나중에 경력이 쌓이고 발주 패턴이 좀 익숙해지면 점점 편해지긴 하지만, 프리랜서는 노예 해방 선언이 아니며,
약간 더 내가 선호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노예 정도다.
6. 아플 수 없다
사람인데 아플 수 있지! 근데 납기는 지켜!
살다보면 내가 아프거나, 친척 중에 누가 돌아가시는 일도 생긴다.
물론 아플 수는 있지만, 납기는 지켜야 한다. 그런 때에 대비해서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해 둘 필요가 있다. 원하는 품질로 업무를 대신해줄 수 있는 번역자를 확보해 두거나, 사정을 말하면 조정해줄 정도의 신뢰관계를 클라이언트와 구축하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걸 경험해 보면, 퇴사하기 전까지
쓰레기 같아 보이던 회사 시스템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7. 공/사 구분이 모호
재택 번역가이지만 평소에는 집이 아닌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서 일을 한다.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오피스인데, 그 전에 사용하던 오피스는 집에서 1분 거리였다. 거리가 가까우면 좋을 것 같지만, 집중하기 위해 빌린 오피스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부부싸움의 연장전이 벌어지는 링이 되기도 하며, 근처 슈퍼에 가서 우유나 양파를 사오라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는
“집(집 근처)에 있다”는 말과 “한가하다”는 말은 같은 의미이다.
고정관념과 싸우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일과 가정, 둘 다 잘하고 싶으면 집과 오피스의 거리를 약간 두는 것을 추천한다.
8. 운동 능력 저하, 사회 활동 감소
사회성과 활동성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회사원은 억지로라도 출퇴근해야 하고 싫어도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등떠밀려서 하게 되는 이동과 교제도 인생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번역가를 지망하는 많은 사람은 대부분 내향적이기 때문에 일과 인터넷, 먹을 것이 제공되면 일부러 사람을 만나고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일에 소홀해질 수 있다.
필자는 대학 졸업 후, 잠시 유학업(영업)에 발을 들인 적이 있는데
강남과 종로의 유학원을 찾아 얼마나 걸었는지(특히 계단 죽음), 겨우 한 달 만에 배에 식스팩이 생긴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반대로 번역가가 되고 나서는 급속도로 배가 원팩이 된 것을 보고 놀랐다.
몸무게가 늘고 사교권이 줄고 그래서 외출을 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 몸무게가 늘고 사교권이 줄고 외출을 꺼리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물론 그게 누군가에게는 이상적인 삶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에는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리고 밸런스가 좋은 사람들이 이 바닥에서도 오래 가더라~
결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란다.
장점과 단점을 종합해서 봤을 때 장점이 더 많은 직업이고,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착실하게 성장하는 「성실한 직업」이라고 믿고 있다.
너무 기대도 하지 말고 너무 두려워하지도 말고
예비 번역가로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확실하게 해나가길 바란다.
참고하면 좋은 글
일본어 번역가 전망(2022년 1월) _ 키비시사 주의